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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4일 현지시간 오전 10시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9차 CEDAW 한국정부에 대한 심의가 진행되었습니다. NGO참가단도 참석하여 한국 정부의 발표와 답변을 주시하였습니다. 본심의 회의는 오전(10-1시) 오후(3-5시)로 나뉘어 진행되었어요.

 

PELAEZ-NARVAEZ 의장의 환영 인사 후 첫번째 순서로 한국 정부의 여성차별철폐협약의 이행 사항에 대해 보고가 이루어졌습니다. 2018년에 있었던 지난 8차 심의에서는 정현백 장관이 참석하여 발표했었는데요, 지금 여성가족부 장관석이 공백이기 때문에 여성가족부 김기남 기획조정실장이 수석대표를 맡아 발표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성평등 추진기반 강화, 여성 대표성 제고, 여성에 대한 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인신매매방지, 장애 이주 농촌 한부모 등 취약계층여성 권익 여성 고용 및 노동에서의 차별 해소, 여성 국제협력 강화 의제를 다뤘습니다.

 

다음 순서로 남규선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정부 보고에서 드러나지 않은 부분들을 짚었습니다. 여가부폐지가 발표되고 부처 예산이 크게 삭감된 것, 정책에서 성평등 용어 삭제되었고 현재 장관직을 공석으로 두고 있는 상황, 여성 국회 비율 20%에 불과하여 낮은 정치적 대표성과 여성임금이 남성임금의 64%에 불과하고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조치 없음 등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의 한국 상황을 브리핑하였습니다.

 

이어서 CEDAW 위원들의 질의와 한국 정부 대표단의 답변이 이루어졌습니다. 위원들은 한국의 여성인권 현실을 명확하게 짚으며 날카로운 질문을 했습니다. 5시간에 걸친 심의에서 호주제가 폐지되었으나 여전히 민법에 의해 아동들이 부의 성을 우선적으로 따르게 되는 현실, 임신중지가 비범죄화되었음에도 건강보험 및 유산유도제 도입 등 안전한 임신중지를 가능하게 하는 어떤 조치도 시행되고 있지 않은 현실, 차별금지법의 부재, 피해자의 자유로운 동의 의사가 아니라 여전히 ”폭행 및 협박“ 여부에 따라 강간죄를 판단하는 현실, 온라인 상의 안티페미니즘과 혐오표현, 성소수자가 가족을 구성할 수있는 권리와 법적으로 성별 정체성이 인정되지 않는 현실 등 여성인권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현실이 이야기되고 질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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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들은 최대한 정확하게 질문과 답변, 그리고 정부 답변 중에서 문제적인 부분에 대해 기록했습니다. 무성의한 정부의 답변에 NGO 참가단의 표정도 어두워지고 때로 탄식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점차 바쁜 타이핑 소리로 바뀌어갔습니다. 저희를 분노하게 했던 몇몇 주요 내용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보건복지부 최영준 출산정책과장은 임신중지 권리 보장에 대한 질문에 2019년 4월 11일, ”낙태죄” 조항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위헌 결정과는 구분되는 개념으로 형법상 낙태죄에 대한 전면 폐지가 아니라는 황당한 답변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임신중지 허용조건을 명시함으로써 여성인권을 낙태죄 처벌의 시대로 퇴행시키는 정부개정안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국회가 대안 법률을 개정할 시간을 주는 것이지 사실상 위헌이라는 의미임에도 완전히 틀린 사실을 이야기한 것이죠. 활동가들이 모두 분노의 시선을 던진 순간이었습니다.

 

젠더기반여성폭력 의제 중에서는, 강간죄 개정에 대한 위원들의 질문에 대해 ‘입증책임이 피고인에게 전환될 수 있고 여성의 의지를 폄하할 우려가 있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한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한 답변을 내놓았는데요. 여성이 의지를 발휘하면 모든 현실의 불평등과 권력을 뛰어넘어 성폭력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CEDAW 회의장에서도 성폭력에서 성차별 구조를 지우고 반복한 것이죠. 가정폭력에서 피해여성의 권리보다 가족이 중요시 되는 현실에 대한 질문에는 “범죄로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신속히 해소하고 피해자와 가정의 회복도 중요”하다고 하여, ‘가정의 유지’를 우선으로 하는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의 목적조항을 그대로 되풀이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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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나올 정도로 어이 없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페미니즘 백래시와 여성혐오 관련한 질의에 대해 정부가 “3차 양성평등 기본계획에서 남녀가 상생하는 양성평등 문화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과제”라고 말하며 “남성과 여성의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토론함으로써 양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해 지속하겠다.”고 답변한 것인데요, 성차별은 남성과 여성이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성별권력의 격차로 발생하는 것입니다. 또한, 여성 노동 및 고용에서의 차별 해소와 관련한 의원 질의에 대해 “일가정 양립 확산을 위해 스웨덴과 공동으로 맞돌봄 사진전 개최하고 있다”고 하여 실소가 터져나오기도 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비롯하여 전반적으로 정부 측에서 계속 ‘건설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반복하자 위원들은 “논의를 언제까지 얼마나 많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누구와 언제 협의 과정을 거쳐 협의를 한다는 것인지 말해달라”고 지적하여 활동가들은 속이 시원하기도 했습니다. 비슷하게 정부가 반복적으로 했던 답변 내용 중 하나는 “법안이 현재 국회에서 논의중이다” 인데요, 이번 21대 국회의 임기가 5월 말까지라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닐 것이고 법 제개정 과제는 국회만이 아니라 정부의 역할도 필요한 것인데 국회 탓만 하는 것이죠.  

 

 

몇몇 CEDAW 위원들은 NGO가 제출한 보고서를 꼼꼼하게 읽고 날카롭게 질의를 하였는데요. 위원회는 이번 88차 세션이 끝나는 즈음 하여 본심의에서 정부로부터 답변 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정부에 최종권고를 내리게 됩니다. 22대 국회 개원을 앞둔 한국 정부가 시민단체와 국제기구의 공으로 만들어진 CEDAW의 최종권고를 받아들여 한국의 여성차별 철폐를 위한 조치를 이행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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